필리핀 사람들의 국민성은 어떨까?

필리핀에서 고작 몇 년 살았다고 해서 그들의 국민성을 논하기란 무척이나 조심스러운 일입니다.
세상에는 너무나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일반화시키기에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워낙 많기 때문이겠지요.

일본인 중에서도 시끄럽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데 거리낌이 없는 사람들도 많이 있겠지요. 하지만 우리가 일본인을 이야기할 때는 보통 '친절하다', '질서를 잘 지킨다', '소심하다', '겉과 속이 다르다' 이 정도로 그들의 국민성을 이야기하고 대충 그 정도 범위 안에 속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찌 중국인중에 깔끔 깨끗하고 차분하고 조용하게 이야기 하는 사람이 없을까요? 하지만 우리는 보통 중국인은 특성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시끄럽다', '지저분하다', '돈을 숭상한다' 정도를 이야기할 수 있겠네요. (어쩌다 보니 좋은 이야기는 하나도 없는데 ㅠ 사실 돈을 숭상한다는 것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도 배워야 할 점이기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 제가 6년여간 봐온 필리핀 사람들의 국민성은 지극히 주관적일 수도 있겠지만 필리핀에서 거주하는 교민들은 대체로 동의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몇 가지 토픽으로 정리해 보았으니 그저 재미 삼아 봐주시길 바랍니다.

Photo by Cris Tagupa on Unsplash


1) Give and Take
세상 이치가 부모자식 사이가 아니고서야 주는 게 있으면 받는 게 있기 마련입니다. 돈이 됐건 시간이나 에너지가 됐건 그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주는 것에 비해서 영 손해 본다 생각되면 그 인간관계는 지속될 수가 없겠지요. 이런 점에 있어서 그들의 사고방식은 예외입니다. 나보다 더 가진 자에게 받는다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처사이며 그 횟수가 10번이 됐던 100번이 됐던 중요하지 않습니다. 한국인 정서로 보면 내가 신입사원이라고 하더라도 과장님에게 저녁 한번 제대로 얻어먹었으면 똑같이 저녁 살 처지가 못된다 하더라도 커피라도 한잔, 붕어빵이라도 하나 사다 드리며 성의 표시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거 같습니다. 이런 습성을 우리는 '거지근성'이라고 부르지요. 저희 거래처 사장님 중에는 현지인과 혼인한 분도 계십니다. 한 번은 생일파티를 한다고 와이프 쪽 사람들은 많이 초대하여 30명 정도가 와주었다고 하는데요... 이중에 선물로 초코파이라도 하나 사온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고 하네요. 교민들은 이런 이야기 또는 경험이 아주 익숙합니다. 초기에는 이런 일로 서운한 경험이 누구나 있기 마련인데 그들의 몸에 밴 특성이라 생각하는 편이 좋습니다.


2) 기승전-돈
필리핀에 살다보면 돈을 빌려달라는 말을 많이 듣게 됩니다. 한국에서도 돈 빌려 주었다가 돈 잃고 사람 잃는 경우가 많기에 조심스러운데요 그에 비하면 필리핀에서의 그것은 비교적 소액이라 좋게 생각하면 크게 부담이 없기도 합니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 그곳에서는 '빌리다'와 '주다'는 동의어입니다.
돈을 빌려주고 받았다는 경우는 열에 한둘 정도 되는 거 같네요. 문제는 돈거래할 정도의 사이가 아니어도 이들은 쉽게 돈 얘기를 꺼냅니다. '아니 언제 봤다고?' 어이가 없겠지만 일단 얘기 꺼냈다가 아니면 말고 식으로 돈 빌려달라는 사람들이 정말 많습니다. 어차피 갚을 생각도 없거든요. 이는 위의 1)에서 언급한 '거지근성'과 일맥상통하는 이야기이며 가진 것이 없는 내가 돈을 안 갚아도 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너는 부자고 어차피 그 돈 없어도 사는데 지장 없잖아? 이런 식인 거지요. 
필리핀에서는 가능하면 돈거래를 안 하는 게 좋고 혹여 빌려줄 때는 그냥 도와준다는 생각으로 바로 잊어버리는 게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Photo by Hitoshi Namura on Unsplash


3) 필리핀 사람은 자존심이 강하다.
필리핀 사람들을 논할 때 자존심이 강하다 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전혀 동의할 수 없습니다.' 
일례로 사람들 앞에서 창피를 당한다거나 면전에 큰소리를 낸다거나 하면 그 자리에서 일을 그만두고 집에 가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직원들을 고용해서 사업을 꾸리다 보면 드물지 않게 경험하는 일입니다. 제가 직원들을 모욕 준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직원들끼리 다투거나 거래처 사람이나 시큐리티 가드 등 아주 사소한 일로도 기분 상하게 되면 일하다가 그냥 집에 가버립니다.
그러고서 마무리가 되면 어쩌면 그쪽으로는 자존심이 강하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뛰쳐나가 놓고 한나절 지나면 문자도 오고 슬금슬금 다시 찾아옵니다. 집에는 부양가족이 있고 뒤돌아 생각해보면 별일 아니거든요.
보통 세명중의 두 명은 이와 같은 패턴인 거 같네요. 이건 우발적인 것일 뿐 자존심이 없는 행동이지요.
위의 1)의 거지근성도 자존감이 없는데서 나오며 2)의 돈을 빌리고 안 갚는 것도 대단히 자존심이 없는 이들의 행동입니다.

4) 낙천적이다.
잘 웃고 또 잘 울고 합니다. 돈은 없지만 근심이 많아 보이진 않고 그렇다고 미래를 위해서 악착같이 대비하지도 않습니다.
확실히 한국사람과는 다르고 신분 상승 욕구가 강하지 않습니다.
필리핀 사람들의 행복지수가 높다고 하던가요?
글쎄요 그 말에도 일정 부분 인정은 하지만 동의할 수는 없네요.
일종의 '체념' 이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노력한다고 해서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그렇다고 해서 오늘 열심히 살면 내일은 좀 더 나아질 거라는 희망이 없게 되면 그냥 오늘 하루 웃고 만족하자 라는 체념 상태에 이르게 되지요.
오랜 우민화 정책의 나름의 성공(?)으로 사람들은 순하고 말 잘 듣는 국민이 되었습니다. 똑똑하고 진취적인 친구들은 많이들 해외로 나가고 남은이들은 그렇게 저렇게 하루하루 만족하며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Photo by Yanni Panesa on Unsplash

적다 보니 너무 부정적인 면에 대해서만 다룬 듯하네요 ㅠ
찾아보면 그들에게도 배울 점들이 많이 있습니다.
특히나 자살률도 높고 자기만족에 인색한 한국사람으로서는 그들의 작은 일에도 감사하는 성향을 많이 배워야 하지 싶네요 ^^

Photo by Claire Ward on Unsplash

필리핀 이주, 적당한 시점이 언제일까?

최소한 지금은 아니겠네요. 전 세계적으로 전염병이 창궐하여 하늘길도 다 막혀버린 지금 뭔가를 도모한다는 건 어불성설이겠지요.
지금 현재 필리핀은 여행업 관련 업종은 그야말로 초토화 되었고 이외의 로컬 대상 또는 교민 대상 업종은 근근이 존버 하는 상황입니다. 
사업체를 운영하거나 현지에 기반을 두고있는 교민들은 당분간은 기다리는 형국이고 여행 가이드와 같은 직장인들은 상당수가 이미 한국으로 철수한 상황입니다.

다시 하늘길이 열린다고 하더라도 어쩌면 예전같은 호시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겠네요. 

 

Photo by Christian Fregnan on Unsplash


백신이 하루빨리 개발되면 바랄게 없겠지만 좀 늦어진다 하더라도 결국에는 조금씩 봉쇄를 완화하여 다시금 경제를 재건시킬 수밖에는 없을 듯합니다.
코로나가 잡히면 잡히는 대로, 잡히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조금씩 누그러드는 만큼이라도 경제 부흥을 위해서 다시 일할 수밖에 없겠지요.
시쳇말로 '병걸려 죽던지 굶어 죽던지'의 선택이니까요.


미국 같은 세계 제일의 부자나라도 락다운을 해제하라고 연일 시위를 하는 마당에 전 국민의 절반 이상이 빈곤층인 필리핀에서의 락다운은 그야말로 생존의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정부가 국민들을 부양할만한 능력도 안되는데 서구 선진국들이 락 다운한다고 마냥 따라 할 수만도 없는 노릇이지요. 


변변한 제조업 기반이 없고 GDP의 상당부분을 해외이주노동자(OFW : Overseas Filipino Worker)와 해외 관광객에 의존하고 있는 필리핀에서 이사태가 장기화되면 실제로 굶어 죽는 국민들이 속출할 것은 자명한 일로 보입니다.


그러면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다시 외국인들이 모여들 그날이 온다면 교민사회내의 경쟁은 한결 수월해져 있을지도 모릅니다.
언제나 포화상태였던 관련업의 비즈니스 시장이 그때까지 잘 버틴 자들의 판이 될테니까요. 물론 아직은 시기상조이지만 필리핀으로 이주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기회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운 좋게 원하는 비즈니스를 저렴한 비용에 인수할 수 있는 기회가 올 수도 있을 테고 미리 들어가 선점하면 향후 언젠가 다시 평온을 되찾았을 때 그때 와서 시장에 뛰어드는 참가자들보다는 한결 수월하게 비즈니스 전략을 가져갈 수도 있을 테니까요.

 

Photo by Heamosoo Kim on Unsplash


아무튼 현재 필리핀의 코로나 대응상황을 보면 아직까지는 묘연한 일이 아닐까 싶네요.
그냥 필리핀 이주에 뜻이 있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Photo by  Anton Mishin  on  Unsplash

필리핀에서 살려면 차가 꼭 필요할까?

이 질문에 대답은 지극히 주관적일 것이며 비운전자나 여행자는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입니다.
세계 어디에도 한국처럼 대중교통이 잘 돼있는 곳은 없다 보니 필리핀에서의 그것은 양적으로 질적으로 한국과 비교에 많이 떨어지는 게 사실입니다.
여기에 치안이나 위생까지 고려해 본다면 스트레스는 더 커질 수밖에 없으며 자가운전을 고려해 보게 됩니다.

Photo by Lance Lozano on Unsplash


일단 체류 기간을 생각해 볼때 어학연수 또는 이 주 전 답사 목적 또는 단순히 머리 식히기 한 달 살기 등의 단기간 체류를 할 때는 차를 소유하기에는 너무 짧은 기간입니다. 이때는 교민들이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렌터카를 이용해 보길 권해 드려 봅니다. 법적인 렌터카는 아니고 일반 개인 소유 차량을 기간 동안 대여하는 형태이며 운행 중 발생하는 고장에 대한 정비나 관리 시에는 다른 차량으로 대차도 해주곤 합니다. 비용은 차종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승용차는 보통 2만~3만 페소 정도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보통은 차량정비소를 운영하는 교민이 부업 삼아하는 경우가 많고 업체는 필리핀 관련 단톡 방 등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기간이 1년이 넘어가는 중장기 체류시에는 자가용 구입을 고려해 볼 수가 있는데 새 차를 구입하는 경우도 있지만 (할부 구입 시는 거주비자 필요) 저 같은 경우는 출고 1~3년 된 상태 좋은 중고차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차량 정비를 취미 삼아하는 분들은 좀 더 연식이 지난 차량을 구입해도 관계없겠지만 한국처럼 정비소가 많고 서비스가 좋은 것도 아니고 긴급출동 같은 보험서비스가 잘돼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저처럼 차량 고장 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은 새 차 같은(?) 중고차 구입을 권해 드립니다. 

물론 새차 구입이 가장 편한 방법이지만 출고기간이 오래 걸리는 점도 있고, 워런티(Warranty) 또한 불편하고 빌미를 잡아 안 해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정식 서비스 센터에는 입고부터 수리 및 출고까지 강인한 인내심을 필요로 하다 보니 저처럼 성격 급한 사람은 그냥 한국 카센터를 가고 맙니다. 

Photo by John Torcasio on Unsplash


필리핀에서의 차량 운행시 한국과 비교하여 소모품 교환주기가 많이 짧고 고장 또한 자주 나는 편입니다. 이유를 추측해보자면 울퉁불퉁하고 관리가 안되어 있는 도로, 일 년 내내 혹서의 더위, 60km 이상 속도를 낼 수 없는 교통체증과 도로환경 등을 꼽을 수 있을 듯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새 차를 구입하여 애지중지 관리하며 타기보다는 적당히 상태 좋은 중고차를 구입하여 적당히 관리하며 타고 다니자 라는 심리가 작용합니다. 


그리고 운전을 하지 않는 분들은 기사포함 렌트카를 이용하는 방법도 괜찮습니다. 움직일 때마다 차량을 예약하고 기다리는 것이 귀찮기는 하지만 자차 관리의 스트레스가 일체 없고 사고 걱정 또한 없으니까요.  

Photo by Steve Harvey on Unsplash


그리고 번외로 운전면허는 체류비자를 소유하고 있는 경우에만 발급 받을 수 있습니다. FM대로 라면요...
하지만 교민분들 중에는 의뢰를 받아 관광비자 소유임에도 면허발급을 도와주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조심스러운 이야기지만 불법이라기보다는 일종의 편법 정도로 생각하면 될 듯싶습니다. 언더 머니가 필리핀 행정 전반적으로 횡횡하다 보니 이런 부분에 대한 평가는 각자의 몫으로 남겨두겠습니다.

필리핀/세부의 대중교통 이야기

 

 


1. 택시
가장 보편적인 이동수단입니다. 한국 택시에 비해 가격은 저렴하지만 차가 많이 노후돼 있고 소형차(엑센트급)이지만 크게 불편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세부 시티에서는 기사들이 대체로 깔끔한 편이라 문제 되지 않지만 막탄의 택시들은 미터기 요금대로 가는 경우가 드물고 특히나 공항 근처 또는 길가에 대기하고 있는 택시기사들은 외국인 한번 태워서 속칭 눈탱이를 치려는 자들이 많습니다. 불쾌한 상황을 만날 수가 있어 긴장해야 하며 잔돈 없이 천 페소나 500페소만 들고 타면 잔돈 없다고 실랑이하는 일이 생깁니다.

 

 

 


2. 그랩(Grab)
최근에 그랩서비스가 도입돼서 많이 편리하고 깔끔해졌습니다. 택시보다는 약간 비싸지만 바가지요금이 없어서 기분 나쁠 일이 별로 없습니다.

 

 


3. 지프니(Jeepney)
노선을 알고있거나 목적지가 직선코스이거나 할 때 이용하면 편리합니다. 내리고자 할 때는 동전 등으로 천장을 두드리면 세워줍니다. (마닐라에서는 '빠라뽀~'라고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마닐라 사람에게 세부에서는 동전으로 두드린다 라고 얘기했더니 박장대소를 한 적이 있는데... 진짜 몰라서 웃은 건지 날 놀린 건지 의아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앞쪽에 앉아있는 사람은 뒷사람의 요금을 기사에게 전달해 줘야 합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는데 여행자 신분일 적에 이 요금을 전달해 주는 행위(?)가 그렇게 인간적이면서 재밌고 좋았습니다. ^^

 

 

 


4. 트라이시클(Tricycle)
다들 아는거처럼 2차 대전 당시의 독일군 장교를 태우고 다니는 오토바이처럼 생겼습니다. 혼자 목적지까지 논스톱으로 타고 갈 때는 택시 같은 정해진 노선을 여럿이 공유할 때는 지프니 같은 역할을 합니다. 보통 서있는 트라이시클이 외국인을 보았을 때는 호객행위를 하여 택시처럼 요금을 부과하려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는 요금을 미리 정하고 탑승해야 합니다. 관광객 티가 나면 부르는 요금이 택시보다 비싼 경우가 많으며 이를 원치 않고 지프니처럼 이용하고자 할 때는 지나가는 트라이시클을 잡아 조용히 올라타면 됩니다. 그리고 혹여나 나중에 요금으로 실랑이를 할 일이 걱정된다면 요금을 미리 내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5. 하발 하발(오토바이)
오토바이 택시라고 보면 되는데 가끔 급할 때 이용하면 편리합니다. 다만 기사가 가지고 다니는 여분의 공용 헬멧을 써야 하는데 상쾌한 기분은 아닙니다. ㅠ

 

 

 

6. 트라이 시캇(3륜 자전거)
트라이시클이 다니는 길보다 더 좁은 골목길 등에서 운행되는데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필리핀 사람들이 정말 걷는 걸 싫어하는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보통 미성년자나 할아버지가 운행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은데 너무 안스러워서 그들을 승객석으로 옮기고 직접 페달을 밟아줘야 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참고로 대부분 자전거에는 브레이크가 없습니다. 

 

 


자동차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서 대중교통을 미리 한번 정리해볼까 해서 쓰기 시작했는데 너무 흔하고 알려진 정보라 좀 뻘줌하긴 하네요 ㅠ


필리핀에 살아서 행복한 점 (1)

블로그를 시작한 이래 등록한 포스팅을 뒤돌아보면 이런저런 부정적인 면에 많이 치중한 것 같습니다.
저도 이제 실거주 및 비즈니스 경력이 6년차가 되다 보니 알게 모르게 많이 지쳐서 투정이 늘지 않았나 싶네요.
하지만 우리가 필리핀에 발을 디딜때는 많이 기대했고 그만큼 현재 누리고 있는 긍정적인 점들이 많이 있을 테니 때때로 정리해서 포스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가사로부터의 해방
헬퍼(Helper)라고도 부르며 아떼(Ate)라고도 부르는 가사도우미가 곁에 있습니다. 특히나 외국인으로 구성된 가정에는 99% 헬퍼를 고용하고 있다는 말이 과장이 아닐 정도입니다. 보통 그들의 역할은 기본적인 집안일(청소, 세탁, 설거지 등)을 도와주며 근무시간 내 집안 어딘가에서 스탠바이를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한국음식 가능한 이들도 있습니다. 필리핀에서의 가사는 모든 것이 편리한 한국에서의 그것과는 조금 달라서 훨씬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이를테면 공기는 맑은 거 같아도 도로포장이 잘 안돼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집안과 자동차에 흙먼지가 많이 싸입니다. 열대지방이다 보니 벌레가 많아서 신경 쓰이는 부분이 많고요. 반려동물이라도 있으면 더욱 도움이 절실해집니다. 

보통 종일 근무하는 헬퍼의 임금은 세부같은 경우 5천 페소(12만 원 정도)에서 시작해서 많게는 만 페소 정도 되는 듯싶습니다. 집에서 함께 상주하는 경우에는 그들의 사용하는 기본적인 소모품비와 식사 제공 유무에 따라 부식비 정도가 추가되겠네요. 헬퍼의 고용은 회사일, 집안일 등 육체적으로 고단한 생활을 했던 한국인들에게는 그야말로 필리핀 생활의 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반면 마음에 쏙 드는 헬퍼 구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간혹 손버릇이 안 좋다던지 통제가 안 되는 헬퍼를 만나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배가 되기도 하니 어느 정도 운도 따라줘야 하는 일이라 할 수 있겠네요. 
분명히 간밤에 한상 차려서 잔뜩 어질러 피워 놓고 잠들었는데 아침에 일어났을때 모두 말끔히 치워져 있으면 필리핀에서 누릴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


2. 육아로부터의 해방
이점은 영유아를 두고 있는 젊은 엄마의 입장에서만 해당될 듯싶은데요 저 또한 아이가 없다 보니 구체적으로 직접 체감해보진 못했지만 주변의 사례들을 보면 분명 커다란 메리트라 하지 않을 수 없겠네요. 

현지 말로 야야(yaya)라고도 하며 헬퍼와는 구별됩니다. 집안일할래 애 볼래? 했을 때 보통 집안일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 걸 보면 육아의 피로도는 짐작할 수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 급여도 헬퍼보다는 조금 더 높게 형성돼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한국에서의 시터 이모님 급여에 비하면 그야말로 축복 수준의 임금이다 보니 헬퍼와 야야 만으로도 여자분들이 필리핀 이주를 희망하는 이유는 충분할 거라 생각합니다.

Photo by NeONBRAND on Unsplash


3. 자녀들의 영어교육
다른 이유 제쳐두고 영어교육만으로도 필리핀 이주를 결심하는 사람들이 많은 걸로 압니다. 따로 영어학원을 보내야 하는 한국에 비해서 학교(사립학교&국제학교) 교육만으로 영어 실력에 대한 성취가 가능하다고 하면 이는 큰 메리트일 것입니다. 더불어 한국에서의 학교생활처럼 경쟁이 치열하지 않고 전투적으로 사교육을 시키지 않는다는 점도 자녀에게 해줄 수 있는 큰 선물임이 틀림없습니다. 그 시간만큼 좀 더 자연친화적인 환경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주하길 정말 잘했다 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필리핀에서의 영어교육은 수업시간 말고는 영어에 노출되는 시간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보니 다른 영어권 선진국(영국, 북미, 호주)의 실력과는 차이가 있는 게 현실입니다. 무(zero)에서 상급(Advanced)까지는 무난히 향상되나 생활하며 보고 듣는 영어가 없다시피 하다 보니 (현지인들끼리는 영어로 대화하지 않기 때문에) 분명 발음이나 어휘에서 만족도가 똑같지 않음은 유의해야 할 부분입니다.

필리핀 COVID-19 확진자

오늘 오후 현재 10,794 (184명 증가)

사망자 719 (15명 증가)

회복자 1924 (82명증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지도 그렇다고 누그러드는 기미도 보이지 않네요...

그와중에 좋은소식 하나

코로나 증세가 있는 25세 여성이 건강한 쌍동이를 출산했다고 합니다.

다행히도 애기들은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다고 하네요.

건강하게 잘 자랐으면 합니다~

Photo by Dave Feril on Unsplash

어떤 사람이 필리핀에 잘 맞는 사람일까?

해외여행을 다녀와 본 사람이라면 필리핀을 경험해 본 사람들이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아직 경험이 없다면 해외여행 치고는 크게 부담스러운 여행지는 아니니 한번 시간 내서 다녀와 보기 바랍니다 ^^

필리핀을 다녀온 후의 반응은 대략 아래 3가지 정도로 나뉘는거 같습니다.

1. 이런 곳이 다 있었구나. 너무 좋은 기억만 남아 언젠가 한번 살아보고 싶다는 꿈을 꾼다.
2. 동남아 몇 군데 가봤는데 어디가 필리핀이었는지 정확하지가 않다.
3. 너무 덥고 지저분하고 다시 가고 싶은 생각 전혀 없다.

현재 필리핀에서 자리잡고 살고 있는 교민들 대부분은 1번에 해당하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경험에 의하면 일본이 너무 잘 맞는 사람들은 필리핀과 잘 맞지 않습니다.
정치적인 면을 떠나서 잘 짜여진 시스템, 타인에게 폐를 입거나 끼치는 것에 아주 민감한 사람들, 조용하고 아기자기한 사회분위기 등 개인주의라는 평가항목으로 아시아 국가들을 한 줄로 줄 세웠을 때 일본이 한쪽 끝에 자리한다면 반대편 끄트머리 즈음에 자리한 나라가 필리핀일 입니다.

Photo by Liam Burnett-Blue on Unsplash


아침 7시부터 옆집에서 고래고래 노래하는 가라오케 소리에 잠을 깨는것도 당황스러운데 어느 누구 하나 그 집에 컴플레인을 하는 사람이 없는 곳이 필리핀입니다.
본인이 당하는 불편함에 관대하고 또 입장 바뀌어 남에게 피해를 주는데 있어서도 망설임이 없는 곳입니다.

사회적으로 프레셔가 팽배해서 공중도덕 안지켰다고 곤장 맞는 싱가포르에 사느니 좀 느슨하고 헐렁하게 사는 편이 낫다 라는 사람은 필리핀이 잘 맞는 사람입니다.

사진속여인과 민폐는 관계없음


문화적으로 누릴 수 있는 혜택은 많지 않아도 사계절이 여름이고 사방이 바다라 맘먹으면 언제든지 탁트인 바닷바람 맞으러 떠날 수 있는 곳이 필리핀입니다.

블로그 시작한 이래 매번 필리핀에 비판적인 포스팅만 올린거 같은데 오늘은 그래도 필리핀의 장점을 부곽 시킨 거 같아 왠지 홀가분함을 느낍니다 ㅠ
그동안 필리핀을 자연 누리지 못하고 한국식으로만 살아온거 같은데 올 한 해는 필리핀에서만 누릴 수 있는 혜택을 많이 누리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코로나 얼렁 끝나면요....

Photo by Burak Ceviz on Unsplash




Photo by Avel Chuklanov on Unsplash

친절한 필리핀 사람들?

필리핀으로 이주한 많은 사람들 중에는 각자의 여러 가지 이유가 많겠지만
그중의 하나 '잘웃고 친절한(Friendly) 한 사람들' 도 한몫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오래 지내다 보면 그 상냥하고 잘 웃던 사람들이 언젠가부터 사람을 대하는게 성의 없고 퉁명스럽고 나를 귀찮아한다고 느끼는 날이 옵니다.

이상한 일이죠 다 같은 사람들인데 예전같지 않다는 사실이 우리를 의아하게 만듭니다.

어느 날 이점에 대해서 혼자 분석해 본 적이 있는데요...
나름의 분석의 결과를 이야기 하자면...일단은 필리핀 사회의 갑을 관계 시스템에 대해서 이야기해야 하는데 이점은 나중에 따로 한번 다루기로 하구요

Photo by alan caishan on Unsplash


우리가 여행을 와서 만나는 사람들은 상당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데 보통 한인들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이나 여행업 관련 서비스 직종의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마사지샵도 있고 숙박업 소도 있겠죠. 이밖에 로컬 식당이나 업체들을 이용할 수 도있는데 이들은 블로그나 카페 등에서 자주 언급되어 이미 고객의 상당수가 외국인으로 자리 잡은 곳들일 겁니다. 한인업체나 이런 로컬업체의 사장들은 직원들 관리에 많은 투자를 합니다. 컴플레인의 접수 및 반영도 적극적이고 SNS에 불평글이 올라오지 않도록 여러 가지로 신경을 쓰죠. 그러다 보니 직원들의 행실에 대해서도 비교적 엄격하며 또 직원 입장에서는 열심히 일하면 나름의 성과급도 받을 수 있고 친절한 만큼 손님들에게 팁도 챙길 수가 있겠지요.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것 중에 고과가 좋으면 무기한 고용이나 프로모션(승진)도 획득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한번 한국업체에서 일했던 사람은 다시 로컬로 돌아가지 못하고 한국업체로만 전전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습니다.


반면에 일반 로컬사람들이 이용하는 식당이나 업체들, 특히나 여행자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업종의 서비스직 사람들은 굳이 외국인 왔다고 친절하게 대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세부나 마닐라 등의 대도시들은 나름 국제도시라 외국인이야 어디서든지 볼 수 있지만 그들이 본인들에게 따로 경제적인 이익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필리핀 식당(상점)들의 특이한 점인데 사장이 자리를 지키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여러 브랜치를 운영해서 그런 건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직원들에 대한 소양교육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것과는 괴리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필리핀 손님들도 서비스에 대한 기대치가 매우 낮다는 점도 꼽을 수 있구요. 

필리핀 노동법에 따르면 5개월 이상 고용된 종업원은 자동으로 정규직 직원으로 넘어가며 이때 3대보험에 가입되어 있어야 하며 유급휴가 등의 베네핏이 제공돼야 합니다. 그리고 노동법의 보호하에 함부로 해고할 수 없게 됩니다. 업체들은 이런 점을 악용하여 기술직이나 전문직 종업원이 아니고서는 5개월의 단기간 동안만 계약직으로 고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종업원 입장에서는 굳이 에너지 쏟아가며 친절하게 손님을 응대해야 할 이유도 남들 안 보는곳에서까지 열심히 일을 해서 필요 이상의 노동력을 제공할 이유도 없는 겁니다. 사장도 늘 없으니 열심히 일한다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구요. 어차피 시간만 때우면 퇴근시간은 오기 마련이고 그렇게 5개월 있으면 좋든 싫든 나가서 다른 일을 구해야 하니까요.

Photo by Leif Inge Fosen on Unsplash


이렇듯 필리핀에 살다보면 잘 웃고 친절한 사람들도 만나고, 퉁명스럽고 성의 없는 사람들도 만납니다.
재미있는 건 같은 사람이라도 당시 직장에 따라서 전자의 사람이 되기도 하고 후자의 사람이 되기도 한다는 점입니다.
세상에는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있으니 재미 삼아 봐주시길 바랍니다.
'내가 로컬 마트 갔는데 직원이 엄청 친절하더라, 어떻게 된 거냐?' 이렇게 반문하는 분은 없겠지요 ^^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