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사람들의 국민성은 어떨까?
필리핀에서 고작 몇 년 살았다고 해서 그들의 국민성을 논하기란 무척이나 조심스러운 일입니다.
세상에는 너무나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일반화시키기에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워낙 많기 때문이겠지요.
일본인 중에서도 시끄럽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데 거리낌이 없는 사람들도 많이 있겠지요. 하지만 우리가 일본인을 이야기할 때는 보통 '친절하다', '질서를 잘 지킨다', '소심하다', '겉과 속이 다르다' 이 정도로 그들의 국민성을 이야기하고 대충 그 정도 범위 안에 속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찌 중국인중에 깔끔 깨끗하고 차분하고 조용하게 이야기 하는 사람이 없을까요? 하지만 우리는 보통 중국인은 특성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시끄럽다', '지저분하다', '돈을 숭상한다' 정도를 이야기할 수 있겠네요. (어쩌다 보니 좋은 이야기는 하나도 없는데 ㅠ 사실 돈을 숭상한다는 것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도 배워야 할 점이기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 제가 6년여간 봐온 필리핀 사람들의 국민성은 지극히 주관적일 수도 있겠지만 필리핀에서 거주하는 교민들은 대체로 동의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몇 가지 토픽으로 정리해 보았으니 그저 재미 삼아 봐주시길 바랍니다.
1) Give and Take
세상 이치가 부모자식 사이가 아니고서야 주는 게 있으면 받는 게 있기 마련입니다. 돈이 됐건 시간이나 에너지가 됐건 그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주는 것에 비해서 영 손해 본다 생각되면 그 인간관계는 지속될 수가 없겠지요. 이런 점에 있어서 그들의 사고방식은 예외입니다. 나보다 더 가진 자에게 받는다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처사이며 그 횟수가 10번이 됐던 100번이 됐던 중요하지 않습니다. 한국인 정서로 보면 내가 신입사원이라고 하더라도 과장님에게 저녁 한번 제대로 얻어먹었으면 똑같이 저녁 살 처지가 못된다 하더라도 커피라도 한잔, 붕어빵이라도 하나 사다 드리며 성의 표시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거 같습니다. 이런 습성을 우리는 '거지근성'이라고 부르지요. 저희 거래처 사장님 중에는 현지인과 혼인한 분도 계십니다. 한 번은 생일파티를 한다고 와이프 쪽 사람들은 많이 초대하여 30명 정도가 와주었다고 하는데요... 이중에 선물로 초코파이라도 하나 사온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고 하네요. 교민들은 이런 이야기 또는 경험이 아주 익숙합니다. 초기에는 이런 일로 서운한 경험이 누구나 있기 마련인데 그들의 몸에 밴 특성이라 생각하는 편이 좋습니다.
2) 기승전-돈
필리핀에 살다보면 돈을 빌려달라는 말을 많이 듣게 됩니다. 한국에서도 돈 빌려 주었다가 돈 잃고 사람 잃는 경우가 많기에 조심스러운데요 그에 비하면 필리핀에서의 그것은 비교적 소액이라 좋게 생각하면 크게 부담이 없기도 합니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 그곳에서는 '빌리다'와 '주다'는 동의어입니다.
돈을 빌려주고 받았다는 경우는 열에 한둘 정도 되는 거 같네요. 문제는 돈거래할 정도의 사이가 아니어도 이들은 쉽게 돈 얘기를 꺼냅니다. '아니 언제 봤다고?' 어이가 없겠지만 일단 얘기 꺼냈다가 아니면 말고 식으로 돈 빌려달라는 사람들이 정말 많습니다. 어차피 갚을 생각도 없거든요. 이는 위의 1)에서 언급한 '거지근성'과 일맥상통하는 이야기이며 가진 것이 없는 내가 돈을 안 갚아도 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너는 부자고 어차피 그 돈 없어도 사는데 지장 없잖아? 이런 식인 거지요.
필리핀에서는 가능하면 돈거래를 안 하는 게 좋고 혹여 빌려줄 때는 그냥 도와준다는 생각으로 바로 잊어버리는 게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3) 필리핀 사람은 자존심이 강하다.
필리핀 사람들을 논할 때 자존심이 강하다 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전혀 동의할 수 없습니다.'
일례로 사람들 앞에서 창피를 당한다거나 면전에 큰소리를 낸다거나 하면 그 자리에서 일을 그만두고 집에 가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직원들을 고용해서 사업을 꾸리다 보면 드물지 않게 경험하는 일입니다. 제가 직원들을 모욕 준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직원들끼리 다투거나 거래처 사람이나 시큐리티 가드 등 아주 사소한 일로도 기분 상하게 되면 일하다가 그냥 집에 가버립니다.
그러고서 마무리가 되면 어쩌면 그쪽으로는 자존심이 강하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뛰쳐나가 놓고 한나절 지나면 문자도 오고 슬금슬금 다시 찾아옵니다. 집에는 부양가족이 있고 뒤돌아 생각해보면 별일 아니거든요.
보통 세명중의 두 명은 이와 같은 패턴인 거 같네요. 이건 우발적인 것일 뿐 자존심이 없는 행동이지요.
위의 1)의 거지근성도 자존감이 없는데서 나오며 2)의 돈을 빌리고 안 갚는 것도 대단히 자존심이 없는 이들의 행동입니다.
4) 낙천적이다.
잘 웃고 또 잘 울고 합니다. 돈은 없지만 근심이 많아 보이진 않고 그렇다고 미래를 위해서 악착같이 대비하지도 않습니다.
확실히 한국사람과는 다르고 신분 상승 욕구가 강하지 않습니다.
필리핀 사람들의 행복지수가 높다고 하던가요?
글쎄요 그 말에도 일정 부분 인정은 하지만 동의할 수는 없네요.
일종의 '체념' 이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노력한다고 해서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그렇다고 해서 오늘 열심히 살면 내일은 좀 더 나아질 거라는 희망이 없게 되면 그냥 오늘 하루 웃고 만족하자 라는 체념 상태에 이르게 되지요.
오랜 우민화 정책의 나름의 성공(?)으로 사람들은 순하고 말 잘 듣는 국민이 되었습니다. 똑똑하고 진취적인 친구들은 많이들 해외로 나가고 남은이들은 그렇게 저렇게 하루하루 만족하며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적다 보니 너무 부정적인 면에 대해서만 다룬 듯하네요 ㅠ
찾아보면 그들에게도 배울 점들이 많이 있습니다.
특히나 자살률도 높고 자기만족에 인색한 한국사람으로서는 그들의 작은 일에도 감사하는 성향을 많이 배워야 하지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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