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로 필리핀 직원 심부름 보내기.

사업장을 운영하면서 직원들에게 간식을 많이 사다 먹이는 편입니다. 
열심히 일해주는 모습을 보면 고맙기도 하고 또 제가 아이들이 없다 보니 그 애정을 직원들에게 돌려주려고 하는 경향도 있고 말이죠.

끼니때가 되면 저도 한끼 때워야 하고 직원들이 좋아하기도 하고 해서 맥도날드를 자주 이용하는 편인데요
외출했다가 돌아오는길에 드라이브 쓰루 형식으로 사들고 들어오기도 하고 어플을 이용해서 배달을 시키기도 하는데 
배달 주문을 하면 10%정도 배달비가 추가됩니다. 맥도날드가 사업장에서 도보 5분 거리라 워낙 가깝기도 하고 해서 오토바이 태워서 직원을 보내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가서 치킨버거 9개, 치즈버거 디럭스 밀(Meal), 감자튀김 라지사이즈로 5개 사와~' 이렇게 심부름을 시키죠. 콜라는 굳이 맥도날드에서 안사고 7-Eleven에서 2L짜리 페트병으로 주로 사다 먹습니다. 김이 다 빠진 게 오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참고로 필리핀의 콜라는 한국의 그것보다 탄산이 적어서 더 금방 설탕물이 돼요)

직원이 차(또는 오토바이)를 타고 출발하고 (그냥 걸어가서 사와도 되지만 늘 매장 안이 북적여서 드라이브 쓰루가 빨라요) 10분~20분 후에 돌아옵니다.

기대에 차서 비닐을 개봉해보면 결과가 엉뚱해요. 치킨버거 대신에 치킨샌드위치가 있고 치즈버거 디럭스 밀(세트)은 콜라 없이 단품으로 사 왔네요.

'내가 아까 이거저거 사 오라고 했잖아 녀석아~' 한마디 해주고 기억하고 있다가 다음 기회에는 다른 직원을 보냅니다.

한국사람 같았으면 그냥 단순 실수라고 생각할 텐데 필리핀에서 살다 보면 그게 실수가 아님을 깨닫는 때가 옵니다 ㅠ

며칠 후 다른 직원을 통해서 비슷한 주문을 보내면 ... 결과가 저번과 비슷합니다. 엉뚱한 결과물을 가지고 와요 ㅠ

'이 녀석도 안 되겠구나' 생각하죠...


다음에 보낼때는 종이에 적어줍니다. 보내기 전에 확인 한 번씩 시켜주고... 결과는 적어 줬는데도 엉뚱한 걸 사 와요. 아마도 정식 품명과 적어준 이름이 달라서 그랬는가 봅니다. 예를 들면 제가 적어준 건 치킨버거, 정식 메뉴 이름은 맥치킨... 네... 제 탓입니다.

이번에는 맥도날드 홈페이지를 열어서 정식 명칭으로 받아 적어 보냅니다. 틀릴 일이 없지요... 그런데 돌발상황 발생. 맥치킨이 없다고 메시지가 옵니다. 저는 그냥 적당히 다른 걸로 사와라고 대답을 합니다. 구체적이지가 않지요... 전인원 빅맥세트로 사 옵니다 ㅠ 상식적으로 비슷한 가격 수준대의 다른 메뉴를 골라와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럼 이번에는 홈페이지를 열어서 정식명칭을 적어주되 2지망까지 함께 적어줍니다. 혹시 없으면 이걸로 사와라... 틀릴 수가 없지요.
보냅니다. 이번에도 엉뚱한게 끼어있어요. 개수도 부족하고요. 어떻게 적어줬는데도 틀렸냐 물어보니 자기는 제가 적어준 메모를 직원에게 그대로 줬답니다.
그럼 맥도날드 직원이 실수한 거지요 ㅠ 저희 직원은 확인을 안 하고 돌아온 거고요.


이런 경우 말고도 코카콜라 사오라고 했는데 없다고 그냥 돌아오는 경우도 있고 (콜라 없으면 사이다 사 오던가 환타 사 오면 누가 사람을 잡나요 ㅠ 아니면 연락을 하던가...) 피자 사러 가는걸 잠시 붙잡아서 오는 길에 콜라도 사와 얘기하면 둘 중 하나만 사 오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런 일이 자주 있다 보니 조금이라도 생각을 해야 하는 일은 잘 안 시키거나 그중에 좀 나은 친구를 집중적으로 시키게 됩니다.
보통 몸을 쓰는 청소나 짐옮기기 같은 건 묵묵히 잘하는데 심부름을 내보내거나 하는 일은 여러 가지 돌발상황을 고려해서 플랜 B를 만들어 줘야 합니다.

어떻게 그런사람들만 뽑았느냐 이야기할 수도 있고 필리핀 사람을 비하한다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이 친구들이 기억력에 대한 휘발성이 강하고 융통성이 많이 부족해서 항상 매뉴얼을 만들어 줘야 합니다. 

모두 사실이긴 하지만 특별히 누구를 비하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아니니 그냥 재미 삼아 봐주시길 바랍니다 ^^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