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은 사업하기 좋은 나라일까? (상)

일단 사업이라고 하면 분야도 다양하고 규모도 천차만별이라 일반적으로 우리가 비교적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자영업' 또는 '장사'로 범위를 한정하여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우리가 이주목적으로 필리핀을 고려하는 가장큰 이유가 "진입장벽이 낮다", 다른 말로 "만만하다"라고 할 수  있을텐데요. 그 말처럼 어떻게 보면 참 쉽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 내가 가서 살고 싶다고 돈 싸 들고 무작정 이주해서 사업자 내고 점포 임대해서 장사 시작할 수 있는 곳이 있을까요?
미국이나 일본 같은 선진국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고 투자이민 제도가 있긴 하지만 그 금액이 쉽게 엄두낼 수 있는 액수가 아닙니다.

그런데 필리핀은 여행 왔다가 그냥 주저앉기도 하고 마음대로 답사도 다녀오고 시장조사도 한 후 적당한 때를 봐서 짐 싸서 들어오기도 하고 합니다.

실제로 제가 이주했던 2015년 당시만 해도 현지에서 사업하시는 분들 중에는 관광비자로 한 달에 한 번씩 연장하면서 체류하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모두 불법이지요. 불법은 조장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굳이 귀찮게 워킹비자(9G) 만들지 않고도 불법으로 또는 편법으로 얼마든지 사업을 운영할 수 있을 정도로 약간은 느슨했던 게 사실입니다. 물론 저는 겁이 많고 소심한 사람이라 이주하자마자 비자연장 한두번 후에 바로 워킹비자 절차 들어갔었지요.

Photo by Adeolu Eletu on Unsplash


필리핀 오기 바로 전에 한국 거래소에서 해외 파생상품 청산 시스템 개발에 참여했었는데 그때 태국 현지로 3개월여간 출장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당시 태국에서는 필리핀과는 좀 다르게 비자를 연장하는 형태가 아닌 주변국으로 3개월마다 한 번씩 출국했다 다시 들어오는 일명 '비자런' 방식으로 체류하면서 사업체를 운영하시는 교민들이 많이 계셨었어요. 물론 현재는 양국 모두 제제가 강화되면서 적절한 비자를 소유하지 않고서는 정상적으로 사업체를 운영하기가 만만하지 않습니다. 

이렇듯 필리핀에서 사업체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워킹비자(9G)가 필요한데 (가끔 아직도 관광비자로 사업하시는 강심장 분들이 있기도 합니다.) 큰 문제가 없으면 시일이 오래 걸려서 그렇지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 이상) 비자를 취득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비자와는 별개로 필리핀에서의 외국인 투자는 상당히 배타적이라 우리가 흔히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업종(소매업, 서비스업 위주)은 외국인에게 허용이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쉽게 말해서 취업해서 일하는건 가능하지만 사업체를 소유하는 건 불가능. 내 돈 들여서 사업을 하지만 나는 그 사업체의 종업원이고 사장은 따로 있는 구조. 이런 애매한 입장이 됩니다.


사업자는 크게 개인사업자(DTI)와 법인사업자(SEC)로 구분이 되는데 법인의 경우는 5인의 주주로 구성이 됩니다. 이중 3인은 내국인(필리핀인) + 2인은 외국인으로 구성이 되는데 이나마도 외국인이 허용되지 않는 업종에서는 5인이 모두 내국인입니다. 하지만 그나마 법인 사업체는 개입사업자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위험부담에서 상당히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위험부담이라고 하는 건 가장 대표적인 게 사업체 키워놓으면 실제 소유주(내국인)가 나타나 사업체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는 겁니다.
다소 어이없는 일이지만 드물지만 실제로 이런 일들이 발생을 하고 있거나 이런 구조적인 문제로 인하여 많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외국인은 필리핀에서 소매업 등 사업을 소유할 수도, 부동산을 소유할 수도 없기에 할 수없이 일종의 편법으로 더미(Dummy) 바지사장을 세워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약점을 가지고 있다보니 정당하게 세금은 내면서도 먼가 한구석이 찜찜한 형태로 사업체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좀 더 안전한 방법으로는 법인을 설립하여 5인의 주주 중 한 명(동업자나 가족포함 두 명)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약간의 편법이지만 5인 모두 현지인으로 구성된 법인이라 할지라도 대리인의 형태로 위임되어 위험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으로 진행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외에도 외국인이 합법적으로 법인을 설립 하는것도 가능하긴 한데 자본금이 대략 20억이 넘는 액수라 현실성이 많이 떨어집니다. 이웃나라 베트남의 경우에는 2억 원 남짓이라고 알고 있는데 이 외국인 투자법이 많이 완화되어 적은 자본금으로도 합법적으로 법인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현재 필리핀 하원을 통과했다고 들었습니다. 하루빨리 법안이 마련되어 외국인으로서 100% 떳떳하고 깔끔하게 사업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마치 한국에서도 외국인 노동자들 중에 불법으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는거 처럼 필리핀 정부에서도 외국인들이 위와 같은 형태로 약간은 애매하게 사업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필리핀 경제에서 차지하고 있는 영향력이 무시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지요.
필리핀 교민이 10만명에 육박하는데 그들이 한국에서 들고 들어오는 외화액수 하며 사업체를 설립해서 고용하는 종업원들, 또 그 종업원들의 가족들이 삶을 영유하며 소비하는 규모, 사업체들이 성실하게 납부하는 세원을 생각하면 어마 무시 하기에 그들도 함부로 할 수가 없겠지요.

그냥 재미 삼아 해보는 가정이지만 한국과 필리핀 간의 국가적인 분쟁이 있어서 필리핀에서 교민들이 철수한다고 한다면 세부처럼 특히나 좁은 지역에 한국인이 집중적으로 투자 및 거주하고 있는 지역은 다시는 회복할 수 없는 경제공황 상태에 빠질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것 같네요.

그러면 필리핀에서의 사업체의 형태나 구성은 이 정도로 하고 이야기가 길어져서 뒤이은 포스팅에서 계속 진행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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