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사람들의 국민성은 어떨까?

필리핀에서 고작 몇 년 살았다고 해서 그들의 국민성을 논하기란 무척이나 조심스러운 일입니다.
세상에는 너무나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일반화시키기에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워낙 많기 때문이겠지요.

일본인 중에서도 시끄럽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데 거리낌이 없는 사람들도 많이 있겠지요. 하지만 우리가 일본인을 이야기할 때는 보통 '친절하다', '질서를 잘 지킨다', '소심하다', '겉과 속이 다르다' 이 정도로 그들의 국민성을 이야기하고 대충 그 정도 범위 안에 속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찌 중국인중에 깔끔 깨끗하고 차분하고 조용하게 이야기 하는 사람이 없을까요? 하지만 우리는 보통 중국인은 특성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시끄럽다', '지저분하다', '돈을 숭상한다' 정도를 이야기할 수 있겠네요. (어쩌다 보니 좋은 이야기는 하나도 없는데 ㅠ 사실 돈을 숭상한다는 것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도 배워야 할 점이기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 제가 6년여간 봐온 필리핀 사람들의 국민성은 지극히 주관적일 수도 있겠지만 필리핀에서 거주하는 교민들은 대체로 동의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몇 가지 토픽으로 정리해 보았으니 그저 재미 삼아 봐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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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Give and Take
세상 이치가 부모자식 사이가 아니고서야 주는 게 있으면 받는 게 있기 마련입니다. 돈이 됐건 시간이나 에너지가 됐건 그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주는 것에 비해서 영 손해 본다 생각되면 그 인간관계는 지속될 수가 없겠지요. 이런 점에 있어서 그들의 사고방식은 예외입니다. 나보다 더 가진 자에게 받는다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처사이며 그 횟수가 10번이 됐던 100번이 됐던 중요하지 않습니다. 한국인 정서로 보면 내가 신입사원이라고 하더라도 과장님에게 저녁 한번 제대로 얻어먹었으면 똑같이 저녁 살 처지가 못된다 하더라도 커피라도 한잔, 붕어빵이라도 하나 사다 드리며 성의 표시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거 같습니다. 이런 습성을 우리는 '거지근성'이라고 부르지요. 저희 거래처 사장님 중에는 현지인과 혼인한 분도 계십니다. 한 번은 생일파티를 한다고 와이프 쪽 사람들은 많이 초대하여 30명 정도가 와주었다고 하는데요... 이중에 선물로 초코파이라도 하나 사온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고 하네요. 교민들은 이런 이야기 또는 경험이 아주 익숙합니다. 초기에는 이런 일로 서운한 경험이 누구나 있기 마련인데 그들의 몸에 밴 특성이라 생각하는 편이 좋습니다.


2) 기승전-돈
필리핀에 살다보면 돈을 빌려달라는 말을 많이 듣게 됩니다. 한국에서도 돈 빌려 주었다가 돈 잃고 사람 잃는 경우가 많기에 조심스러운데요 그에 비하면 필리핀에서의 그것은 비교적 소액이라 좋게 생각하면 크게 부담이 없기도 합니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 그곳에서는 '빌리다'와 '주다'는 동의어입니다.
돈을 빌려주고 받았다는 경우는 열에 한둘 정도 되는 거 같네요. 문제는 돈거래할 정도의 사이가 아니어도 이들은 쉽게 돈 얘기를 꺼냅니다. '아니 언제 봤다고?' 어이가 없겠지만 일단 얘기 꺼냈다가 아니면 말고 식으로 돈 빌려달라는 사람들이 정말 많습니다. 어차피 갚을 생각도 없거든요. 이는 위의 1)에서 언급한 '거지근성'과 일맥상통하는 이야기이며 가진 것이 없는 내가 돈을 안 갚아도 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너는 부자고 어차피 그 돈 없어도 사는데 지장 없잖아? 이런 식인 거지요. 
필리핀에서는 가능하면 돈거래를 안 하는 게 좋고 혹여 빌려줄 때는 그냥 도와준다는 생각으로 바로 잊어버리는 게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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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필리핀 사람은 자존심이 강하다.
필리핀 사람들을 논할 때 자존심이 강하다 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전혀 동의할 수 없습니다.' 
일례로 사람들 앞에서 창피를 당한다거나 면전에 큰소리를 낸다거나 하면 그 자리에서 일을 그만두고 집에 가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직원들을 고용해서 사업을 꾸리다 보면 드물지 않게 경험하는 일입니다. 제가 직원들을 모욕 준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직원들끼리 다투거나 거래처 사람이나 시큐리티 가드 등 아주 사소한 일로도 기분 상하게 되면 일하다가 그냥 집에 가버립니다.
그러고서 마무리가 되면 어쩌면 그쪽으로는 자존심이 강하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뛰쳐나가 놓고 한나절 지나면 문자도 오고 슬금슬금 다시 찾아옵니다. 집에는 부양가족이 있고 뒤돌아 생각해보면 별일 아니거든요.
보통 세명중의 두 명은 이와 같은 패턴인 거 같네요. 이건 우발적인 것일 뿐 자존심이 없는 행동이지요.
위의 1)의 거지근성도 자존감이 없는데서 나오며 2)의 돈을 빌리고 안 갚는 것도 대단히 자존심이 없는 이들의 행동입니다.

4) 낙천적이다.
잘 웃고 또 잘 울고 합니다. 돈은 없지만 근심이 많아 보이진 않고 그렇다고 미래를 위해서 악착같이 대비하지도 않습니다.
확실히 한국사람과는 다르고 신분 상승 욕구가 강하지 않습니다.
필리핀 사람들의 행복지수가 높다고 하던가요?
글쎄요 그 말에도 일정 부분 인정은 하지만 동의할 수는 없네요.
일종의 '체념' 이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노력한다고 해서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그렇다고 해서 오늘 열심히 살면 내일은 좀 더 나아질 거라는 희망이 없게 되면 그냥 오늘 하루 웃고 만족하자 라는 체념 상태에 이르게 되지요.
오랜 우민화 정책의 나름의 성공(?)으로 사람들은 순하고 말 잘 듣는 국민이 되었습니다. 똑똑하고 진취적인 친구들은 많이들 해외로 나가고 남은이들은 그렇게 저렇게 하루하루 만족하며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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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다 보니 너무 부정적인 면에 대해서만 다룬 듯하네요 ㅠ
찾아보면 그들에게도 배울 점들이 많이 있습니다.
특히나 자살률도 높고 자기만족에 인색한 한국사람으로서는 그들의 작은 일에도 감사하는 성향을 많이 배워야 하지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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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필리핀 사람들?

필리핀으로 이주한 많은 사람들 중에는 각자의 여러 가지 이유가 많겠지만
그중의 하나 '잘웃고 친절한(Friendly) 한 사람들' 도 한몫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오래 지내다 보면 그 상냥하고 잘 웃던 사람들이 언젠가부터 사람을 대하는게 성의 없고 퉁명스럽고 나를 귀찮아한다고 느끼는 날이 옵니다.

이상한 일이죠 다 같은 사람들인데 예전같지 않다는 사실이 우리를 의아하게 만듭니다.

어느 날 이점에 대해서 혼자 분석해 본 적이 있는데요...
나름의 분석의 결과를 이야기 하자면...일단은 필리핀 사회의 갑을 관계 시스템에 대해서 이야기해야 하는데 이점은 나중에 따로 한번 다루기로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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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여행을 와서 만나는 사람들은 상당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데 보통 한인들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이나 여행업 관련 서비스 직종의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마사지샵도 있고 숙박업 소도 있겠죠. 이밖에 로컬 식당이나 업체들을 이용할 수 도있는데 이들은 블로그나 카페 등에서 자주 언급되어 이미 고객의 상당수가 외국인으로 자리 잡은 곳들일 겁니다. 한인업체나 이런 로컬업체의 사장들은 직원들 관리에 많은 투자를 합니다. 컴플레인의 접수 및 반영도 적극적이고 SNS에 불평글이 올라오지 않도록 여러 가지로 신경을 쓰죠. 그러다 보니 직원들의 행실에 대해서도 비교적 엄격하며 또 직원 입장에서는 열심히 일하면 나름의 성과급도 받을 수 있고 친절한 만큼 손님들에게 팁도 챙길 수가 있겠지요.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것 중에 고과가 좋으면 무기한 고용이나 프로모션(승진)도 획득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한번 한국업체에서 일했던 사람은 다시 로컬로 돌아가지 못하고 한국업체로만 전전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습니다.


반면에 일반 로컬사람들이 이용하는 식당이나 업체들, 특히나 여행자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업종의 서비스직 사람들은 굳이 외국인 왔다고 친절하게 대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세부나 마닐라 등의 대도시들은 나름 국제도시라 외국인이야 어디서든지 볼 수 있지만 그들이 본인들에게 따로 경제적인 이익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필리핀 식당(상점)들의 특이한 점인데 사장이 자리를 지키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여러 브랜치를 운영해서 그런 건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직원들에 대한 소양교육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것과는 괴리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필리핀 손님들도 서비스에 대한 기대치가 매우 낮다는 점도 꼽을 수 있구요. 

필리핀 노동법에 따르면 5개월 이상 고용된 종업원은 자동으로 정규직 직원으로 넘어가며 이때 3대보험에 가입되어 있어야 하며 유급휴가 등의 베네핏이 제공돼야 합니다. 그리고 노동법의 보호하에 함부로 해고할 수 없게 됩니다. 업체들은 이런 점을 악용하여 기술직이나 전문직 종업원이 아니고서는 5개월의 단기간 동안만 계약직으로 고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종업원 입장에서는 굳이 에너지 쏟아가며 친절하게 손님을 응대해야 할 이유도 남들 안 보는곳에서까지 열심히 일을 해서 필요 이상의 노동력을 제공할 이유도 없는 겁니다. 사장도 늘 없으니 열심히 일한다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구요. 어차피 시간만 때우면 퇴근시간은 오기 마련이고 그렇게 5개월 있으면 좋든 싫든 나가서 다른 일을 구해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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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필리핀에 살다보면 잘 웃고 친절한 사람들도 만나고, 퉁명스럽고 성의 없는 사람들도 만납니다.
재미있는 건 같은 사람이라도 당시 직장에 따라서 전자의 사람이 되기도 하고 후자의 사람이 되기도 한다는 점입니다.
세상에는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있으니 재미 삼아 봐주시길 바랍니다.
'내가 로컬 마트 갔는데 직원이 엄청 친절하더라, 어떻게 된 거냐?' 이렇게 반문하는 분은 없겠지요 ^^

필리핀은 사업하기 좋은 나라일까? (하)

지난 포스팅(https://drvince.tistory.com/5) 에서는 필리핀에서 사업을 할 때 처음 이주해서 체류하는 형태와 사업체의 형태 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드렸는데요. 이번 편에서는 그럼 정말 필리핀에서 수익을 창출하며 롱런할 수 있을까? 하는 주제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모르는 분들은 막연하게 필리핀은 아직 후진국(개발도상국)이고 산업화 및 정보화도 되지 않았으니 물가도 싸고 한국에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은 아이템을 들고 상륙한다면 크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는 문장인데 일단 위의 명제는 참입니다.
분명히 팩트인 건 맞는데 고려해야 할 점이 많이 있습니다. 일단 물가가 싸다는 건 논란의 여지가 있어서 나중에 따로 다룰 일이 있겠지만 물가가 싸다는 건 그만큼 구매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되겠지요. 그리고 한국에서 성공한 아이템을 들고 들어온다는 생각은 나 말고도 한국사람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아이디어입니다.

다큐멘터리나 뉴스 등을 보게 되면 10명이 창업을 하면 3년 안에 7군데는 문을 닫고 5년을 넘기는 곳은 남은 3곳 중 하나다. 10%의 생존율 법칙은 경기가 바닥이라는 요즘의 이야기일 뿐만은 아니라 작년에도 그랬고 10년 전에도 그랬습니다. 올해 매출은 작년의 절반인데 작년에 봤던 시장 상인 인터뷰 때도 같은 이야기를 했고 재작년에도 같은 이야기를 했지요. 이와 같은 상황이 필리핀 뿐만이 아니라 세계 어디든 한인 교민사회가 형성된 곳은 어디나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제가 세부에서 지내면서 들여다보는 교민 비즈니스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많이들 새로 생기고 반면에 또 많이 문 닫습니다. 하나 뜨는 곳 있으면 주변에 똑같은 컨셉으로 치킨게임하자고 따라옵니다. 


그럼에도 제가 생각하는 필리핀에서의 자영업은 한국에서의 그것보다는 분명 기회가 있다는 것입니다.
(요즘처럼 코로나19라는 전 세계를 강타한 천재지변은 예외로 두겠습니다 ㅠ 현재 필리핀은 락다운-lockdown 상태로 완전히 얼어붙어 있습니다.)

그 기회라고 하는 것은 구체적으로는 포화상태라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은 덜 치열한 경쟁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리고 한국에서 막 들어오시는 분들은 비록 기존 교민들 보다 경험은 부족하지만 새로 부딪혀 보고자 하는 도전정신과 나날이 진보하는 한국에서의 참신한 아이디어로 무장해 있다보니 보다 경쟁력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게 별거 아니다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제가 볼때는 기존 교민분들 중에는 타성과 매너리즘에 젖어서 사업을 소홀히 하시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언제라도 신규 시장 참가자가 들어온다면 도태되고 자신들이 구축해놓은 인프라를 고스란히 내줄 준비가 되신 분들 말이지요. 조심 스러운 이야기네요.

아무튼 이번 사태를 계기로 많은 교민들이 영구 또는 임시로 귀국하셨고 특히나 가이드를 비롯한 여행업종에 종사하는 분들이 수가 많은 것 같습니다.
글 쓰는 타이밍이 적합하지 않지만.... 잊힐만하면 한 번씩 터지는 교민 살해 사건도 마치 북한에서 미사일 발사 하는것마냥 무덤덤해지는지 사건사고에도 한국에서 많은 분들이 들어오시는것 같습니다. 개개인 여러가지 사정이 있겠지만 모두들 공통적으로 보다 나은 기회를 바라보고 오시는 거겠지요. 그게 자녀교육이 됐건, 도피성이 됐건, 인생2막이 됐건 간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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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듯 필리핀은 돈을 쓰기엔 천국같은 곳이고 먹고살려면 지옥같은 곳이다 라는 말처럼 겉보기처럼 쉽게 접근했다가는 1~2년만에 다털리고 돌아가는 나라가 될 수도 있지만 제대로 공부하고 준비해서 도전하면 분명히 한국 대비 적은 자본금으로 높은 성취를 얻을 수 있는 곳임은 틀림없다고 생각합니다.







필리핀은 사업하기 좋은 나라일까? (상)

일단 사업이라고 하면 분야도 다양하고 규모도 천차만별이라 일반적으로 우리가 비교적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자영업' 또는 '장사'로 범위를 한정하여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우리가 이주목적으로 필리핀을 고려하는 가장큰 이유가 "진입장벽이 낮다", 다른 말로 "만만하다"라고 할 수  있을텐데요. 그 말처럼 어떻게 보면 참 쉽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 내가 가서 살고 싶다고 돈 싸 들고 무작정 이주해서 사업자 내고 점포 임대해서 장사 시작할 수 있는 곳이 있을까요?
미국이나 일본 같은 선진국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고 투자이민 제도가 있긴 하지만 그 금액이 쉽게 엄두낼 수 있는 액수가 아닙니다.

그런데 필리핀은 여행 왔다가 그냥 주저앉기도 하고 마음대로 답사도 다녀오고 시장조사도 한 후 적당한 때를 봐서 짐 싸서 들어오기도 하고 합니다.

실제로 제가 이주했던 2015년 당시만 해도 현지에서 사업하시는 분들 중에는 관광비자로 한 달에 한 번씩 연장하면서 체류하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모두 불법이지요. 불법은 조장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굳이 귀찮게 워킹비자(9G) 만들지 않고도 불법으로 또는 편법으로 얼마든지 사업을 운영할 수 있을 정도로 약간은 느슨했던 게 사실입니다. 물론 저는 겁이 많고 소심한 사람이라 이주하자마자 비자연장 한두번 후에 바로 워킹비자 절차 들어갔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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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오기 바로 전에 한국 거래소에서 해외 파생상품 청산 시스템 개발에 참여했었는데 그때 태국 현지로 3개월여간 출장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당시 태국에서는 필리핀과는 좀 다르게 비자를 연장하는 형태가 아닌 주변국으로 3개월마다 한 번씩 출국했다 다시 들어오는 일명 '비자런' 방식으로 체류하면서 사업체를 운영하시는 교민들이 많이 계셨었어요. 물론 현재는 양국 모두 제제가 강화되면서 적절한 비자를 소유하지 않고서는 정상적으로 사업체를 운영하기가 만만하지 않습니다. 

이렇듯 필리핀에서 사업체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워킹비자(9G)가 필요한데 (가끔 아직도 관광비자로 사업하시는 강심장 분들이 있기도 합니다.) 큰 문제가 없으면 시일이 오래 걸려서 그렇지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 이상) 비자를 취득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비자와는 별개로 필리핀에서의 외국인 투자는 상당히 배타적이라 우리가 흔히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업종(소매업, 서비스업 위주)은 외국인에게 허용이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쉽게 말해서 취업해서 일하는건 가능하지만 사업체를 소유하는 건 불가능. 내 돈 들여서 사업을 하지만 나는 그 사업체의 종업원이고 사장은 따로 있는 구조. 이런 애매한 입장이 됩니다.


사업자는 크게 개인사업자(DTI)와 법인사업자(SEC)로 구분이 되는데 법인의 경우는 5인의 주주로 구성이 됩니다. 이중 3인은 내국인(필리핀인) + 2인은 외국인으로 구성이 되는데 이나마도 외국인이 허용되지 않는 업종에서는 5인이 모두 내국인입니다. 하지만 그나마 법인 사업체는 개입사업자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위험부담에서 상당히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위험부담이라고 하는 건 가장 대표적인 게 사업체 키워놓으면 실제 소유주(내국인)가 나타나 사업체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는 겁니다.
다소 어이없는 일이지만 드물지만 실제로 이런 일들이 발생을 하고 있거나 이런 구조적인 문제로 인하여 많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외국인은 필리핀에서 소매업 등 사업을 소유할 수도, 부동산을 소유할 수도 없기에 할 수없이 일종의 편법으로 더미(Dummy) 바지사장을 세워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약점을 가지고 있다보니 정당하게 세금은 내면서도 먼가 한구석이 찜찜한 형태로 사업체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좀 더 안전한 방법으로는 법인을 설립하여 5인의 주주 중 한 명(동업자나 가족포함 두 명)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약간의 편법이지만 5인 모두 현지인으로 구성된 법인이라 할지라도 대리인의 형태로 위임되어 위험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으로 진행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외에도 외국인이 합법적으로 법인을 설립 하는것도 가능하긴 한데 자본금이 대략 20억이 넘는 액수라 현실성이 많이 떨어집니다. 이웃나라 베트남의 경우에는 2억 원 남짓이라고 알고 있는데 이 외국인 투자법이 많이 완화되어 적은 자본금으로도 합법적으로 법인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현재 필리핀 하원을 통과했다고 들었습니다. 하루빨리 법안이 마련되어 외국인으로서 100% 떳떳하고 깔끔하게 사업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마치 한국에서도 외국인 노동자들 중에 불법으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는거 처럼 필리핀 정부에서도 외국인들이 위와 같은 형태로 약간은 애매하게 사업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필리핀 경제에서 차지하고 있는 영향력이 무시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지요.
필리핀 교민이 10만명에 육박하는데 그들이 한국에서 들고 들어오는 외화액수 하며 사업체를 설립해서 고용하는 종업원들, 또 그 종업원들의 가족들이 삶을 영유하며 소비하는 규모, 사업체들이 성실하게 납부하는 세원을 생각하면 어마 무시 하기에 그들도 함부로 할 수가 없겠지요.

그냥 재미 삼아 해보는 가정이지만 한국과 필리핀 간의 국가적인 분쟁이 있어서 필리핀에서 교민들이 철수한다고 한다면 세부처럼 특히나 좁은 지역에 한국인이 집중적으로 투자 및 거주하고 있는 지역은 다시는 회복할 수 없는 경제공황 상태에 빠질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것 같네요.

그러면 필리핀에서의 사업체의 형태나 구성은 이 정도로 하고 이야기가 길어져서 뒤이은 포스팅에서 계속 진행 하겠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한 번쯤은 외국에 나가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리고 이 갈망이 점점 더 강해지면 조금씩 구체적으로 접근하게 됩니다.
해외 나가서 산다는 건 그 순간부터 인생이 완전히 바뀌는 건데 신중하지 않을 수가 없겠지요.

은퇴해서 고정수입(불로소득)도 있고 시간 많고 여유로우면 여행 다니다 맘에 드는 나라에서 몇 달씩 체류해보며 천천히 생각해보면 되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단 먹고 살 걱정부터 해야 하는 게 당연하겠지요.
자녀들 교육문제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또 나중에 다시 복귀하게 된다면 마딱드려야할 상황들도 고려해야 합니다.

그럼 수입이 있어야 하는데 외국에서 돈을 벌며 체류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크게는 직장을 다니는 방법과 자기 일(자영업)을 하는 방법으로 나눌 수가 있겠네요.
직장을 다니는 방법을 다시 분류한다면 주재원으로 체류하는 방법과 현지에서 취업을 하는 방법이 있겠구요.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가장 해피한 케이스는 현지 주재원으로 파견을 나가는 건데
운이 좋게 해외지사를 가지고 있는 중견기업에 다니는 경우라면 좋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해당사항이 없겠지요. 그럼 그런 회사를 들어가야 하는데 여러 가지 기술이나 조건 맞추기도 쉽지 않겠지만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나름 사내에서 경쟁률이 치열하기 마련이죠. 그리고 입사하자마자 주재원으로 발탁되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고 말이지요.

그럼 현지 취업을 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보통 어떤 분야가 됐던 제대로 된 기술은 하나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고 외국어 하나는 능통해야 하겠지요. 그 외국어라 함은 영어권에서는 영어가 될 것이고 제3국가에서는 그 나라 언어까지 능통해야겠지요. 국가로 보면 북미나 호주, 서유럽(영국), 아시아에서는 홍콩이나 싱가포르 정도가 되겠네요. 이젠 한국도 예전 같지 않아서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불이 넘다 보니 소득수준을 맞추려면 선택의 폭이 더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야기가 좀 옆으로 샜는데 여하튼 오늘 이야기를 하고 싶은 해외이주는 위와 같은 형태는 아닌 듯싶습니다.

회사에서 종일 근무하다가 퇴근해서 녹초가 된 몸으로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밤늦게까지 공부하다 잠드는 피곤한 삶보다는 지금까지와 다르게 조금은 느슨하고 여유로운 삶이 앞서 이야기한 '외국에 나가서 살아보고 싶다'라는 그 삶일 것입니다.

Photo by Louie Martinez on Unsplash

그러면 가장 쉽게 생각해볼 수 있는 나라들이 동남아시아의 국가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행을 목적으로 여권을 만든 사람이라면 보통 가까운 나라부터 시도하기 마련이다 보니까 태국,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의 국가부터 방문하지 않을까 싶네요. 여행으로 다녀오면 각 여행지마다 인상에 남는 점이 여러 가지 있을 텐데 이런 점들이 해외이주 후보지를 선택할 때 중요한 요인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각 나라마다 모두 장단점이 있을 건데 최근 들어 대한민국의 국격이 많이 상승하다 보니 어느 나라 건 대체로 한국인들에 대해서는 우호적입니다. 방문객이 많은 국가일수록 속된말로 때가 많이 묻다보니 외국인을 이용해서 뜯어먹을려는 현지인들도 있기마련인데 동남아인들은 대체로 순한건 맞는거 같습니다.

위에 언급한 나라들중에 가장 인프라가 잘돼있고 살기좋은 나라는 단연 태국이 아닐까 싶네요. 천혜의 자연과 풍부한 먹거리, 많은 문화유적과 놀 거리 등 어느 것 하나 부족한 게 없습니다.
놀기에는요... 여행 가서야 어디 가든 싸와디캅~ 코쿤 캅~ 만 해줘도 웃어주고 반가워해주고 하죠.
하지만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서는 그 나라말을 할 줄 알아야죠. 이점이 단 하나 태국이 필리핀에 비해서 빠지는 이유가 되겠네요.

Photo by Cris Tagupa on Unsplash


필리핀의 영어에 대해서는 따로 포스팅할 기회가 있겠지만 어찌 됐건 필리핀에서는 지프니 운전사 아저씨부터 집안일 도와주는 헬퍼 아줌마까지 누구나 기본적인 영어는 다 통합니다. 비록 내 영어가 중학교 영어 수준일지라도.

영어 통하는 나라는 말레이시아도 있고 싱가포르도 있지요. 싱가포르는 애초에 앞서 언급된 다른 동남아 국가들과는 성격이 다른 곳이라 배제하고 말레이시아는 기본적으로 이슬람 국가이다 보니 좀 이질감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인구의 10% 정도 되는 인도인들의 문화도 이해하기 쉽지는 않구요. 한국서 일하면서 쿠알라룸푸르에 3개월가량 출장으로 지내본 적이 있는데 다시 와서도 웬지 살고 싶다 라는 생각은 안들더라구요.

아무튼 필리핀은 추위를 싫어하는 저 같은 사람에게는 일 년 내내 온화한 날씨, 잘 웃고 친절한 사람들, 어디서나 들려오는 올드 팝송, 노천에서 시원한 맥주 한 잔의 여유, 많은 교민들로 이미 잘 갖추어진 한인 인프라 등 여러 가지 조건이 꼭 와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만드는 매력적인 나라였습니다.
(물론 여행과 실제로 사는건 많이 달라서 이후 많은 부분에서 실망하게 됩니다 ㅠ 나중에 다른 포스팅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ㅠ)

Photo by Jeanne Paredes on Unsplash






필리핀 세부로 이주해서 산지 6년이 다 되어갑니다.
시간이 정말 금방 지났네요.

그동안 나도 블로그 한번 해보자 생각한 지는 참 오래됐는데
천성이 게으르고 추진력이 부족하다 보니 실행에 옮기는 데까지 꽤 많은 시간이 흐른 거 같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코로나19라는 복병을 만나면서
졸지에 세부에서 한 달여, 다시 한국 들어와서 보름간 자가격리를 당하다 보니
주체할 수 없는 심심함에 드디어 포스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필리핀 카테고리에서는 주로 필리핀에 그중에서도 특히나 세부에 처음 정착하러 오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글들을 써볼까 생각 중입니다.

필리핀에서 오래 사시고 또는 현지인과 혼인하여 그들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서 반 현지인화 되신 분들에 비교하면 어설프고 보잘것없는 정보일 수도 있지만, 나름 6년여간 세부 와서 4가지 장사라면 장사, 사업이라면 사업을 하면서 모두 운 좋게 성공시켜서 잘 운영한 사람으로 새로 시작하려는 분들 또는 필리핀에 많은 흥미를 가진 분들께 적게나마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제가 올리는 정보나 이야기들은 정확한 수치로 이루어진 통계 데이터보다는 하루하루 지내면서, 또 사업을 하면서 만나는 시행착오나 경험에서 만들어진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정보로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그렇다고 하여 사실이 아닌 이야기를 올리는 일은 없으니 혹여 본인이 알고 있는 정보와 일치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런 일도 있구나 하며 가볍게 재미 삼아 봐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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