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구·다중주택을 운영하다 보면 한 번쯤 고민하게 되는 게 엘리베이터입니다. "3층 이하라 엘리베이터가 없으니 건축비가 그만큼 저렴하다"는 이야기를 흔히 듣는데, 실제로는 엘리베이터가 "있을 때"와 "없을 때" 각각 임대인 입장에서 따져볼 득실이 꽤 많더라구요.
다가구·다중주택은 대부분 3개층 이하(연면적 660㎡ 이하)라 「건축법」상 승용승강기 설치 의무(6층 이상+연면적 2,000㎡ 이상) 자체가 없습니다. 즉 엘리베이터를 놓느냐 마느냐는 법적 의무가 아니라 순전히 건축주의 선택인 셈인데, 이 선택 하나가 생각보다 여러 곳에 영향을 미치더라구요. 오늘은 "있을 경우"와 "없을 경우"로 나눠서, 제가 자료를 찾아보고 또 나름대로 생각해본 것들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엘리베이터가 있을 경우
1. 택배·배달원에게 미안할 일이 없습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역시 이겁니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에서 택배·배달 관련 갈등이 실제로 꽤 자주 보도되거든요. 이데일리 보도만 봐도, 엘리베이터 없는 5층 건물에 택배가 3일 연속 배달되자 택배기사가 "다음에는 꼭 같이 시키세요"라는 항의 문자를 보낸 사건, 4층에 쌀 3포대가 배달되자 "계단 XX 높네"라며 물건을 던지듯 내려놓은 사건이 소개된 적이 있습니다. 위키트리에는 택배기사가 대면배송 자체를 거부하고 1~2층 사이에 물건만 두고 가는 사례도 나오고요.
이런 갈등이 왜 갈수록 잦아지는지 배경을 보면, 1인 가구 비중이 2005년 20%에서 2022년 34.5%까지 늘었고 고령자 1인 가구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무거운 짐을 들고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는 상황 자체가 구조적으로 늘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참고로 고령자의 낙상사고 중 계단에서 발생하는 비중도 적지 않다는 통계가 있는데, 이건 어디까지나 "거주자 본인"의 낙상 통계이지 택배기사의 계단 사고를 직접 조사한 공식 통계는 이번에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SH공사가 2021년부터 6층 미만 매입임대주택에도 엘리베이터를 전면 확대 설치하기로 한 걸 보면, 공공 영역에서도 "입주민 편의"를 이유로 저층 건물 엘리베이터의 필요성을 점점 더 인정하는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어쨌든 엘리베이터가 있으면 이런 갈등 자체가 원천적으로 생길 일이 없습니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세입자가 무거운 짐을 들고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괜히 미안해지는 마음, 그 자체를 안 느껴도 된다는 게 은근히 큰 심리적 이득이더라구요.
2. 관리비용이 발생합니다 — 정기검사와 전기요금
좋은 점만 있는 건 당연히 아닙니다. 「승강기 안전관리법」에 따라 승강기 소유자·관리자는 정기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검사 주기가 기본 1년이고 설치 후 25년이 지나면 6개월로 단축됩니다. 이 규정에 건물 규모별 예외가 따로 없어서, 다가구·다중주택처럼 작은 건물에 달린 엘리베이터 한 대도 똑같이 대상이 됩니다.
비용은 어느 정도일까요. 소형 다세대주택 실거주자 후기를 보면 월 11만 원(부가세 포함) 안팎의 유지관리비를 낸다는 사례가 있고, 여기에 공용 전기요금이 별도로 월 12만 원가량 추가되는 사례도 있습니다. 연간으로 합치면 대략 123만~207만 원 수준으로 소개하는 견적 플랫폼 자료도 있고요. 다만 이 수치들은 전부 개인 후기·견적 플랫폼 기반이라는 점은 밝혀둬야 할 것 같습니다. 대략 월 10만 원대 안팎이 개별 사례로 확인된다 정도로만 참고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검사 수수료나 정확한 금액이 궁금하시면 승강기민원24 같은 공식 채널에서 확인해보시는 걸 권해드립니다.

3. 엘리베이터 공간만큼 전용면적이 줄어듭니다
건축 설계에서는 엘리베이터·계단실·설비 공간을 묶어서 "코어(core)"라고 부르는데, 이 코어가 각 층에서 임대 가능한 면적을 그만큼 잠식합니다. 오피스 건물 기준으로 보면 코어가 전체 면적의 15~25% 정도를 차지하는 게 이상적이라고 하니, 결코 작은 비중이 아니에요. 물론 이건 오피스 건물 기준이고 다가구·다중주택 같은 초소형 건물에 그대로 대입할 수치는 아니지만, "엘리베이터가 차지하는 만큼 전용면적이 줄어든다"는 원리 자체는 똑같이 적용됩니다.
실제로 한 경제 매체 칼럼(justeconomix)에서 소개한 꼬마빌딩 운영 사례를 보면, 엘리베이터 공간을 아예 없애고 그만큼을 전용면적으로 돌려 각 층 월세 수익을 극대화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유닛이 조금씩 작아지는 게 단순히 불편함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월세 수익에도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거죠. 엘리베이터를 놓기로 한 순간, 그 공간만큼은 임대 면적에서 영영 빠진다는 걸 미리 감안하고 설계해야 할 것 같습니다.
4. 매도할 때 가격에 반영됩니다
마지막으로 매도 시점 이야기입니다. 수익형 건물의 가격은 원가법(건축비 기반)보다 수익환원법(연간 임대수익÷기대수익률)이나 거래사례비교법이 중심이 되는 구조입니다. 즉 "얼마가 들었나"보다 "얼마를 벌어들이는가·얼마나 잘 팔리는가"가 가격을 좌우한다는 뜻인데, 엘리베이터가 수요나 임대료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준다면 매매가에도 어떤 식으로든 녹아들 수밖에 없겠지요.
실제로 빌라(다세대) 시장을 다루는 전문 매체들을 보면, "같은 조건이라도 엘리베이터 유무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거나, 엘리베이터 유무에 따라 선호되는 "로열층" 자체가 바뀐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다만 이런 자료들도 구체적으로 "%가 오른다" "얼마가 더 붙는다" 같은 수치까지 제시하지는 않아서, "영향을 준다"는 방향성만 확인된다고 보시는 게 정확할 것 같습니다. (참고로 「지방세법 시행령」상 고급주택 취득세 중과 기준에 엘리베이터 설치 여부가 걸리는 조항도 있긴 한데, 시가표준액 9억 원 초과에 적재하중 200㎏ 초과라는 조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해서 대부분의 다가구·다중주택에는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서울 등 고가 지역이 아니라면 크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여기까지가 엘리베이터가 "있을 때"의 이야기였습니다. 미안함은 덜지만 비용·면적·가격 부담은 안고 가는 구조인 셈이죠. 이제 반대로 엘리베이터가 "없을 때"는 어떤지 살펴보겠습니다.
엘리베이터가 없을 경우
5. 젊은 임차인 위주 구성이 필요하고, 공실 우려도 있습니다
이 부분은 자료를 찾다 보니 의견이 좀 갈리더라구요. 빌라 시장을 다루는 전문 매체(리얼캐스트)는 빌라의 주요 수요자가 젊은층이다 보니 엘리베이터 없는 매물은 매각이 점점 어려워지고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합니다. 엘리베이터가 없으면 저층 선호가 강해진다는 분석(토스피드)도 있고요. 고령층 입장에서 계단이 무릎에 부담을 준다는 건강 정보도 이런 우려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반대 경험도 있습니다. 앞서 3번에서 언급한 꼬마빌딩 운영 칼럼(justeconomix)을 보면, 5년여 동안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계약을 못 하겠다"고 발길을 돌린 사람은 두세 명에 불과했고, 다리 튼튼한 젊은 임차인들은 주저 없이 계단을 선택했으며 공실 없이 매끄럽게 돌아갔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빌라를 사고파는 매매 시장"에서는 엘리베이터 유무가 가치에 꽤 크게 작용하는 것 같은데, "젊은층 위주 소형 건물 임대 운영" 현장에서는 실제 체감이 다를 수 있다는 거죠. 다가구·다중주택의 엘리베이터 유무별 공실률을 직접 비교한 공식 통계는 이번에도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젊은 임차인 위주로 구성해야 안전하다"는 건 맞는 방향인 것 같고, 그렇게만 구성한다면 공실 걱정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6. 가구·가전 배달 시 비용이 발생합니다
엘리베이터가 없으면 냉장고나 세탁기 같은 큰 가전을 들일 때 추가 배송비용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층수가 올라갈수록 요금도 올라갑니다.
이 비용은 통상 이삿짐센터를 부르는 세입자(혹은 가구·가전 배송을 주문한 사람) 본인이 부담하는 구조로 보입니다. 참고로 엘리베이터가 있는 건물이라고 해서 무조건 공짜는 아니고, 관리사무소에 내는 "엘리베이터 사용료" 명목으로 5만~10만 원 정도(비싼 곳은 20만 원까지도) 청구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어느 쪽이든 이사할 때 돈이 아예 안 드는 경우는 없는 셈입니다.
7. 관리비가 거의 들지 않습니다
앞서 2번에서 말씀드린 정기검사 의무·표준유지관리비·별도 전기요금은 전부 "엘리베이터가 있을 때만" 발생하는 고정 지출입니다. 엘리베이터가 없으면 이 항목들이 구조적으로 아예 생기지 않으니, 관리 측면에서는 확실히 홀가분합니다.
8. (제 생각엔) 임대인으로서 위축되지 않고 당당할 수 있습니다
이건 순전히 제 개인적인 의견인데요, 엘리베이터가 없으면 정기검사나 고장 대응, 관련 민원 같은 걸 신경 쓸 일 자체가 줄어드니까 임대인 입장에서 심리적으로 좀 더 당당해지는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죄송합니다"라는 마음을 아예 안 가져도 되는 거죠. 물론 이건 자료로 증명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고, 그냥 제가 운영하면서 느낀 감상 정도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9. 엘리베이터 설치비용만큼 매도가에 반영됐는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4번과 짝을 이루는 이야기입니다. 소형 주택용 엘리베이터 1대 설치 비용은 자재비 기준 대략 3,000만 원 수준(시공비 별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앞서 말씀드렸듯 수익형 건물 가격은 원가법보다 수익환원법이 중심이라, "설치비 3,000만 원을 썼으니 매도가도 정확히 3,000만 원 더 받을 수 있다"는 식의 1:1 반영을 뒷받침하는 자료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설치비 자체보다는 "그 엘리베이터가 임대수익이나 매각 용이성에 실제로 얼마나 기여하는가"가 매도가에 반영된다고 보는 게 합리적일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만약 나중에 엘리베이터가 있는 건물을 매입하실 계획이라면, 그 설치비만큼 매도가에 웃돈이 붙어 있는 게 당연한 건지, 아니면 그냥 시세대로만 반영돼 있는 건지 한 번쯤 따져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반대로 엘리베이터 없는 건물을 매도하시는 입장이라면,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가격이 낮게 매겨졌다"는 통념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실제로 그게 임대수익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부터 따져보는 게 순서일 것 같습니다. 다가구·다중주택 규모에서 이걸 직접 비교한 통계나 감정평가 자료는 이번에도 찾지 못했다는 점은 다시 한번 밝혀둡니다.

10. 상대적으로 더 넓은 유닛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3번의 정반대 이야기입니다. 엘리베이터·계단실 같은 코어 공간이 없거나 최소화되면, 그만큼을 전용면적으로 돌려 유닛을 더 넓게 만들 수 있습니다. 같은 유닛 수를 유지하면서 개별 유닛 면적을 키우는 것도 가능하고요. 다만 이 역시 다가구·다중주택 규모에 맞춰 "몇 ㎡를 더 확보할 수 있다"는 식으로 정량화한 자료는 없어서, 오피스·꼬마빌딩 사례에서 확인된 구조적 원리를 참고 삼아 말씀드리는 정도입니다. 그래도 "엘리베이터 없는 건물은 좁다"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같은 면적이라면 더 넓은 방을 뽑아낼 여지가 있다는 점은 기억해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글을 마치며
이렇게 열 가지로 나눠서 적어보니, 결국 엘리베이터 유무라는 게 "정답이 있는 문제"라기보다는 어떤 걸 더 중요하게 볼지에 따라 갈리는 선택인 것 같습니다. 미안함을 덜고 싶고 넓은 임차인 층을 노리고 싶다면 엘리베이터가 있는 쪽이 유리할 테고, 관리 부담을 줄이고 유닛을 조금이라도 더 넓게 뽑아 수익률을 챙기고 싶다면 없는 쪽도 충분히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글에서 다룬 내용 중 상당수(공실률 직접 비교, 매도가 반영 비율, 표준유지관리비 정확한 금액)는 공식 통계로 확인된 게 아니라 정황 자료와 구조적 논리를 결합한 추론에 가깝다는 점은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결국 정답은 없고, 본인이 어떤 임차인층을 타겟으로 어떤 방식으로 건물을 운영할지에 맞춰 판단하시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구체적인 검사 주기나 비용, 설치 절차 같은 건 승강기민원24나 관할 구청 건축과를 통해 한 번 더 확인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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