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 '다가구주택에 살아보니 좋은 점 6가지'가 실거주자 입장에서 풀어본 이야기였다면, 이번엔 시선을 조금 옮겨서 다가구주택을 운영하는 임대인들이 흔히 겪는 까다로운 상황들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세를 놓다 보면 아무래도 세입자마다 참 다르다는 걸 느끼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아, 이런 경우는 나름 까다로웠겠다' 싶은 순간들이 자연스럽게 쌓이기 마련입니다.

다만 시작하기 전에 하나는 꼭 밝히고 싶습니다. 이 글은 특정 집단을 겨냥해서 "이런 세입자는 피하세요" 하고 단정 짓는 글은 아닙니다. 나이든, 국적이든, 직업이든 어떤 기준으로 사람을 미리 재단하는 건 옳지 않은 일이고요, 무엇보다 이런 경험은 어디까지나 '한 사람, 한 건물의 경험'일 뿐이라 일반화하기가 상당히 조심스럽습니다. 그러니 오늘 이야기는 "이런 사람은 안 된다"가 아니라 "이런 상황·구조에서는 이런 부담이 생기더라"는 관찰 정도로 편하게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1. 얼굴만 봐서는 사실 알 수가 없습니다

먼저 가장 근본적인 이야기부터 하자면, 계약하러 온 사람의 첫인상만 보고 "이분은 괜찮겠다" "이분은 좀 걱정되네" 하고 판단하는 건 거의 의미가 없습니다. 정중하고 차분해 보였던 사람이 의외로 관리비를 자주 미루는가 하면, 반대로 첫인상은 좀 무뚝뚝했던 사람이 몇 년째 아무 연락 없이 조용히 잘 지내는 경우도 흔합니다.

그러다 보니 계약 초반에는 나름대로 사람 보는 눈이 있다고 자부하기 쉬운데, 지나고 나면 그게 참 오만한 생각이었다 싶어질 때가 많습니다. 결국 살아봐야 알지, 계약서 도장 찍는 자리에서 30분 대화한 걸로는 그 사람의 생활 습관까지는 절대 알 수가 없더라는 게 임대를 오래 해본 사람들의 공통된 이야기입니다.

2. 계단만 있는 구조, 거동이 불편하면 그 자체가 부담입니다

두 번째는 건물 구조 이야기입니다. 다가구주택은 엘리베이터 없는 3~4층 계단형 구조도 많이 있는데요, 이 계단이라는 게 생각보다 만만한 공간이 아닙니다.

법적으로도 계단처럼 여러 세대가 공동으로 쓰는 공용부분은 임차인이 아니라 임대인, 그러니까 건물주가 관리 책임을 진다는 게 법원의 일관된 입장입니다. 실제로 계단 관리를 소홀히 해서 낙상 사고가 났던 사건에서 건물주가 과실치상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례도 있고, 계단 난간이 파손된 채 방치되어 있다가 인명 사고로 이어진 사건에서는 '공작물 하자'로 보고 임대인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례도 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거동이 불편한 분이 입주했을 때는(연세가 있든, 다른 이유로든) 임대인 입장에서도 계단 하나하나가 신경 쓰이게 됩니다. 혹시 밤늦게 오르내리다 미끄러지진 않을지, 난간이 헐거운 부분은 없는지 평소보다 자주 확인하게 되고요. 이건 "그런 분은 받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이라기보다는, 솔직히 말하면 "만에 하나 사고가 나면 예상 못한 돌봄이나 연락, 그리고 법적 책임까지 떠안게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걱정에 가깝습니다. 결국 문제는 '누가 사느냐'가 아니라 '계단밖에 없는 구조 + 그 관리 책임이 건물주에게 있다는 점'이 만나서 생기는 부담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3. 계약서상 인원과 실제 사는 인원이 다를 때

세 번째는 인원 이야기입니다. 계약할 때 분명 몇 명이 산다고 했는데, 나중에 보니 실제로는 더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거나 아예 같이 지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방문객 정도야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 넘어가지만, 사전에 합의했던 생활 규칙(소음이나 방문객, 동거인 수 같은 것들)이 잘 지켜지지 않을 때는 임대인도 모르게 예민해지곤 합니다.

법적으로 따져보면 세대주가 아닌 사람이 그냥 함께 사는 '동거인'은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보호를 받는 정식 임차인은 아닙니다. 그리고 임대인 동의 없이 임차물을 제3자에게 전대하면 민법상 임대인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권리도 있습니다(다만 가족처럼 가까운 관계가 함께 사는 경우는 보통 '전대'로 보지 않으니, 이 부분은 상황마다 다르게 판단될 여지가 있습니다). 결국 실무적으로는 계약 단계에서 "실제로 몇 명이 살 예정인지"를 명확히 확인하고 계약서에 남겨두는 게 나중 분쟁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4. 회사 명의로 여러 명이 교대로 사는 '단체 임대'

네 번째는 조금 다른 유형인데, 회사가 법인 명의로 계약해서 직원 여러 명이 교대로 머무는 기숙사·사택 형태의 임대입니다. 이런 경우는 수익성만 놓고 보면 나쁘지 않은데(공실 걱정을 덜 수 있으니까요), 관리해야 할 영역은 확 넓어집니다.

계약 당사자가 회사이다 보니, 정작 그 집에 사는 개별 직원들과 직접 얼굴을 맞대고 "이건 좀 조심해주세요" 하고 소통할 통로가 마땅치 않습니다. 거주하는 사람들이 인사이동에 따라 수시로 바뀌기도 해서, 나중에는 지금 이 집에 정확히 누가 사는지 임대인조차 파악이 어려운 지경이 되기도 하고요. 생활 소음이나 청소·분리수거 같은 관리 이슈도 그때그때 잦은 편입니다. 이건 그 직원들 개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법인이 계약하고 다수가 교대로 거주하는' 임대차 형태 자체가 가진 구조적인 관리 공백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한 것 같습니다.

5. 의외로 발목을 잡는 건 임대인 자신의 조급함입니다

여기서 하나 덧붙이자면, 사실 돌아보면 세입자 유형보다 더 골치 아픈 건 임대인 자신의 태도인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공실 기간이 길어지면 마음이 급해지기 마련이니까요. 그럴 때일수록 계약 조건을 유난히 깎으려 하거나 계약서 특약 조항을 "다 비슷비슷하죠 뭐" 하고 대충 넘기려는 분위기가 느껴져도, 조급한 마음에 그냥 넘어가게 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경우일수록 나중에 꼭 한 번씩 문제가 생기더라는 게 공통적인 후일담입니다.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빨리 채우고 싶다"는 조급함이 세입자 유형 자체보다 더 큰 화근이었던 경우가 많습니다. 계약서는 아무리 급해도 특약 하나하나 꼼꼼히 짚고 넘어가는 게, 나중을 생각하면 훨씬 남는 장사입니다.

임대차 계약서와 체크리스트

6. 반대로 가장 손이 안 가는 건 혼자 사는 직장인입니다

이렇게 까다로웠던 경우만 늘어놓으니 뭔가 불균형한 것 같아서 균형도 좀 잡아보자면, 대체로 혼자 살면서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이 가장 무난한 편입니다. 출퇴근 시간이 규칙적이다 보니 생활 패턴도 예측이 되고, 관리비나 월세도 밀리는 일이 거의 없고요. 물론 이것도 "1인 가구 직장인은 다 좋다"고 일반화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고, 어디까지나 그런 경향이 있다는 정도로 받아들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글을 마치며 — 결국은 복불복입니다

여기까지 다가구주택을 운영하는 임대인들이 나름대로 까다롭다고 느꼈던 상황들을 풀어봤습니다. 계단 구조와 거동 문제, 계약 인원과 실거주 인원의 차이, 단체 임대의 관리 공백, 그리고 의외로 임대인 자신의 조급함까지. 쭉 짚어보니 결국 어떤 '유형의 사람'이 문제였다기보다는 '어떤 상황과 구조가 만났을 때' 문제가 생기더라는 쪽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글 처음에 밝혔던 것처럼, 이걸 근거로 누군가를 미리 재단하는 건 경계해야 할 일입니다. 실제로 걱정했던 유형인데도 몇 년째 아무 문제 없이 지내는 사례가 훨씬 많거든요. 결국 사람 by 사람이고, 살아보기 전엔 알 수 없다는 게 임대를 오래 해본 사람들이 결국 이르게 되는 결론인 것 같습니다. 이런 밍밍한 결론이라 조금 뻘줌하지만, 어쩌면 이게 이 민감한 주제에 대해 건넬 수 있는 가장 정직한 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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